통계이야기

생성형 AI를
마켓 리서치에 활용하기

구자룡 | 밸류바인 대표

기존의 시장 조사(Market Research)가 수개월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람’의 뒤를 쫓았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단 몇 분 만에 통찰을 제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의 변화는 단순히 분석의 속도가 빨라진 수준을 넘어, 리서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생성형 AI가 마켓 리서치의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그리고 일반인들도 실무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리서치도 이제 생성형 AI 시대

시장 조사는 오랫동안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였다.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기 전에 어떤 메시지가 더 설득력 있는지 검토하며, 고객 만족도 조사를 통해 서비스 개선 방향을 찾는 일이 모두 시장 조사의 영역이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조사 설계자, 조사 업체, 설문 시스템, 통계 분석가가 필요했다. 시간도 적지 않게 걸렸다. 설문지를 설계하고, 응답자를 모집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 분석을 거쳐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마켓 리서치의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성형 AI는 단순히 설문 문항을 대신 써주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조사 목적을 정리하고, 가설을 만들고, 응답자 특성을 설계하고, 질문지를 구성하고,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수집된 응답을 요약하며,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한다. 더 나아가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고객 또는 합성 고객(Synthetic Customer)’을 만들어 초기 제품 아이디어나 광고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림1] 가상 고객 인터뷰(제미나이에서 이미지 생성)

이 변화는 기존 시장 조사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조사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빅데이터는 고객이 “무엇을 했는지”는 보여주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베이와 인터뷰는 이 ‘왜’를 확인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사 방법이다. 생성형 AI는 바로 이 과정, 즉 질문을 만들고, 응답을 해석하고, 의미를 정리하는 과정을 더 빠르고 넓게 확장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생성형 AI가 시장 조사에서 네 가지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기존 조사 업무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하게 한다. 둘째, 합성 데이터와 합성 고객을 활용해 일부 조사 방식을 대체하거나 보완한다. 셋째, 기존 데이터가 부족해 직관에 의존했던 영역에 새로운 근거를 제공한다. 넷째, 디지털 트윈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고객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170명 이상의 시장 조사 실무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5%가 이미 생성형 AI를 데이터와 인사이트 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또 다른 45%가 향후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시장 조사를 완전히 대체한다”라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결론은 “AI가 시장 조사의 초기 단계와 반복 작업을 크게 줄여주고, 사람은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게 된다”라는 것이다. 질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혼자 작성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수십 개의 제품 콘셉트를 한 번에 사람에게 물어보기 어려웠던 시대에서, 이제는 가상 고객에게 먼저 물어본 뒤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만 실제 고객에게 검증하는 방식이 가능해지고 있다.
따라서 생성형 AI 시대의 마켓 리서치는 ‘조사를 안 해도 되는 시대’가 아니라,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넓게 조사할 수 있는 시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문제는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사용자의 판단력이다. AI가 제안한 결과를 그대로 믿으면 위험하지만, 올바른 조사 설계와 검증 절차 속에 넣으면 매우 강력한 리서치 보조 도구가 된다.

2. AI를 활용한 조사 설계 방법

시장 조사의 첫 단계는 조사 설계다. 조사 설계란 무엇을 밝히기 위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좋은 시장 조사는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질문이 모호하면 응답도 모호해지고, 응답이 모호하면 분석 결과도 흔들린다. 따라서 AI를 활용하더라도 조사 설계의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을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조사 설계는 크게 다섯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고 싶다”라는 표현은 아직 조사 문제가 아니다. “40~50대 직장인이 피로 회복용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은 무엇인가?”처럼, 조사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조사 목적을 설정한다. 인지도 파악인지, 구매 의향 확인인지, 가격 민감도 분석인지, 고객 불만 탐색인지에 따라 질문 방식이 달라진다. 셋째, 가설을 세운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기능성보다 원료의 신뢰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와 같은 가설을 만들 수 있다. 넷째, 필요한 정보 목록을 작성한다. 다섯째, 조사 방법과 대상자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는 매우 유용하다. 조사 목적을 입력하면 AI는 예상 가설, 핵심 질문, 응답자 조건, 문항 구조, 분석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신제품 개발을 위해 40~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하려고 한다. 조사 목적은 피로 회복 제품에 대한 구매 동기, 기대 효능, 가격 민감도, 기존 제품 불만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조사를 위한 조사 설계서를 작성해 줘. 조사 목적, 핵심 가설, 조사 대상, 주요 질문, 분석 방법을 포함해 줘.”
이런 프롬프트를 사용하면 AI는 조사 설계서의 초안을 빠르게 작성해 준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AI가 만든 조사 설계서는 ‘초안’이지 ‘최종안’이 아니다. 특히 조사의 목적, 표본의 대표성, 응답자 조건, 실제 현업에서 필요한 의사결정 기준은 사람이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오픈서베이의 자료에서도 조사 설계는 가설 수립, 필요한 정보 목록, 조사 방법론과 대상자 결정의 순서로 진행되며, AI가 자료 탐색과 아이데이션(Ideation)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부문별 이해관계와 내부 맥락 조율은 여전히 담당자의 역할로 남는다고 설명한다.
질문지 작성에서도 AI는 강력하다. AI는 객관식, 리커트 척도, 순위형, 서술형 문항을 목적에 맞게 제안한다. 예를 들어 브랜드 만족도를 측정하려면 “전반적 만족도”, “품질 만족도”, “가격 만족도”, “재구매 의향”, “추천 의향”과 같은 문항을 구성할 수 있다. 신제품 콘셉트 조사를 하려면 “콘셉트 이해도”, “새로움”, “구매 의향”, “가격 적절성”, “우려 사항”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조사 설계에 활용할 때 가장 좋은 방식은 “초안 생성 → 비판적 검토 → 수정 요청 → 파일럿 테스트 → 최종 확정”의 순서다. AI에게 처음부터 완벽한 질문지를 요구하기보다,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문항을 다듬어야 한다. 특히 “중복 문항을 제거해 줘”, “응답자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을 쉬운 말로 바꿔 줘”, “유도 질문이 있는지 검토해 줘”, “각 문항이 어떤 분석 목적과 연결되는지 표로 정리해 줘”와 같은 후속 요청이 필요하다.

3. AI 가상 고객 사전 인터뷰 방법

최근 마켓 리서치에서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가상 고객, 즉 합성 고객의 등장이다. 합성 고객은 실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고객 유형을 가상으로 만든 뒤, 그 고객이 실제 사람처럼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한 AI 기반 페르소나다. 단순한 상상 속 인물이 아니라 연령, 직업, 소득, 생활 방식, 구매 경험, 가치관, 브랜드 태도 등을 반영해 만든 시뮬레이션 고객이다. 합성 응답자는 객관식 응답뿐 아니라 선택 이유나 감정적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다.
가상 고객 인터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우 빠르다. 실제 고객 인터뷰는 응답자를 모집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반면 가상 고객 인터뷰는 몇 분 안에 여러 명의 고객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비용이 덜 든다. 셋째, 초기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데 유용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 콘셉트나 광고 문구를 실제 고객에게 바로 보여주기가 부담스러운 경우, 가상 고객에게 먼저 반응을 물어볼 수 있다. 넷째, 다양한 고객 유형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대 미혼 직장인, 30대 맞벌이 부부, 50대 건강 관심층, 60대 은퇴자를 각각 가상 고객으로 만들고 같은 질문에 대한 반응을 비교할 수 있다.
실무에서 가상 고객 사전 인터뷰는 다음과 같이 진행할 수 있다. 먼저 조사하고 싶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콘셉트를 정리한다. 예를 들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기능성 음료”라고 하자. 다음으로 타깃 고객을 정의한다. “수면 부족을 경험하는 30대 직장인 여성”, “야근이 잦은 40대 남성 관리자”,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50대 여성”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세 번째로 각 고객의 페르소나를 만든다. 페르소나는 이름, 나이, 직업, 생활 패턴, 건강 고민, 구매 습관, 브랜드 태도, 가격 민감도 등을 포함해야 한다. 네 번째로 인터뷰 질문을 던진다. “이 제품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어떤 점이 차별적으로 느껴지는가?”, “어느 정도 가격이면 구매를 고려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응답을 비교 분석하여 공통된 기대, 불만, 우려, 구매 장벽을 정리한다.
그리고 가상 고객과의 심층 인터뷰를 위한 스크립트도 AI 기반으로 작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챗GPT에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다.
“가상의 고객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한다. 가상 고객인 ‘박지연(Ji-yeon Park, 28세, UX 디자이너)’이라는 페르소나를 대상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콘셉트: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기능성 음료)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상황을 가정하여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해 줘.”
이때 중요한 점은 가상 고객을 ‘진짜 고객’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가상 고객은 실제 고객을 대신하는 최종 판단자가 아니다. 초기 가설을 만들고, 질문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실제 조사 전에 위험 요인을 미리 찾는 도구다. HBR 관련 자료에서도 LLM 기반 합성 고객은 제품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하고 약한 아이디어를 조기에 걸러내는 데 유용하지만, 인간 조사를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감정적 요인, 인구통계별 차이, 신흥 시장 요인에서는 실제 사람의 미묘한 반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림2] 가상고객 대상 인터뷰 스크립트와 답변 내용(챗 GPT에서 생성)

가상 고객 인터뷰의 품질을 높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페르소나를 막연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30대 여성”보다 “서울 거주, 34세, 맞벌이, 초등학생 자녀 1명, 평일 저녁 시간이 부족하고, 건강기능식품은 온라인 리뷰를 보고 구매하는 직장인 여성”이 훨씬 좋은 페르소나다. 둘째, 제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AI는 제공받은 정보 안에서 답을 만들기 때문에 제품의 기능, 가격, 사용 상황, 경쟁 제품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셋째, 반드시 반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제품의 장점은 무엇인가?”만 물으면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온다. “왜 구매하지 않을 것 같은가?”, “가장 믿기 어려운 표현은 무엇인가?”, “광고 문구 중 과장되어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가?”처럼 부정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결국 가상 고객 사전 인터뷰의 핵심은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에게 물어볼 더 좋은 질문을 발견하는 것이다. 가상 고객은 시장의 정답이 아니라 리서치 설계의 예행연습이다.

4. AI를 활용한 서베이 자동화

AI를 활용한 서베이 자동화는 크게 네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설문지 자동 생성이다. 둘째, 온라인 설문 도구와의 연계다. 셋째, 응답 과정의 대화형 전환이다. 넷째, 응답 데이터의 자동 분석과 보고서 작성이다. 가장 기본적인 활용은 설문 문항 생성이다. 조사 목적, 대상자, 분석 목적을 입력하면 AI는 문항 초안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커피 브랜드의 구매 의향 조사를 위한 구글 설문지 문항을 만들어 줘”라고 요청하면 AI는 브랜드 인지도, 커피 구매 빈도, 선호 맛, 가격 수용도, 패키지 선호도, 구매 의향, 추천 의향 등을 포함한 설문지를 작성해 준다. 이후 이 문항을 구글 폼, 네이버 폼, 카카오 비즈니스 폼 등에 입력해 설문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설문 제작 과정의 자동화다. 실무자는 AI가 만든 문항을 그대로 복사해 온라인 설문 도구에 입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구글 앱스 스크립트나 API를 활용하면 AI가 생성한 설문 문항을 구글 폼 구조에 맞게 자동으로 변환할 수도 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AI에게 “이 문항들을 구글 폼에 입력하기 쉬운 표 형태로 정리해 줘. 문항 번호, 질문, 질문 유형, 선택지, 필수 응답 여부를 포함해 줘”라고 요청하면 설문 제작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세 번째는 대화형 서베이다. 전통적인 설문조사는 응답자가 정해진 문항에 순서대로 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화형 서베이는 응답자의 답변에 따라 AI가 후속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응답자가 “가격이 비싸다”라고 답하면 AI는 “어느 정도 가격이면 적절하다고 느끼십니까?”라고 추가로 묻는다. 응답자가 “포장이 불편하다”라고 답하면 “어떤 상황에서 가장 불편했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다. 이는 정량 조사의 규모와 정성 조사의 깊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HBR에 의하면 아웃셋 AI(Outset.ai)와 같은 AI 모더레이션 플랫폼이 응답자의 이전 답변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동적으로 제시해 자동화된 설문조사의 속도와 전통적 인터뷰의 깊이를 결합한다고 설명한다.

네 번째는 응답 데이터 분석 자동화다. 설문 응답이 수집되면 AI는 기술 통계 분석, 교차 분석, 상관 분석, 집단 간 차이 검정, 텍스트 응답 요약, 주요 키워드 추출, 감성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응답 데이터를 분석해서 핵심 발견 5가지를 정리하고, 마케팅 시사점과 신제품 개발 방향을 제안해 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서술형 응답이 많을 때 “불만 요인을 제품, 가격, 유통, 커뮤니케이션, 사용 경험으로 분류해 줘”와 같이 요청하면 된다.
다만 서베이 자동화에는 위험도 있다. 자동화가 쉬워질수록 부실한 질문지도 쉽게 만들어진다. 조사 목적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문항만 많이 만들면 데이터는 쌓이지만, 쓸모 있는 인사이트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AI가 생성한 분석 결과를 검산하지 않으면 잘못된 해석이 보고서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균 차이가 작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높다”라는 식으로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서베이 자동화의 목표는 ‘사람을 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AI 서베이 자동화의 실무 절차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문제 정의, 조사 목적 설정, 가설 수립, 질문지 초안 생성, 문항 검수, 파일럿 테스트, 온라인 설문 배포, 응답 데이터 수집, AI 기반 분석, 사람의 해석과 검증, 최종 보고서 작성이다. 이 절차에서 AI는 초안 작성자, 보조 분석가, 요약가, 보고서 편집자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조사 책임자는 여전히 사람이다.
그리고 AI를 활용해 설문 기획, 생성, 분석까지 자동화하여 리서치 효율을 높인 서비스로 오픈서베이와 나우앤서베이가 있다. 오픈서베이는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과 사전 예측에, 나우앤서베이는 생성형 AI 기반의 간편한 설문 제작과 실시간 분석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기술적 장벽을 낮추고, 설문 조사 과정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기업들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그림3] 나우앤서베이의 AI로 설문 만들기

5. AI 마켓 리서치의 미래

AI 마켓 리서치의 미래는 더 빠른 조사, 더 많은 실험, 더 정교한 고객 시뮬레이션으로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 기업은 하나의 신제품 아이디어만 조사하지 않고, 수십 개의 콘셉트와 가격 조합, 광고 메시지, 패키지 디자인을 동시에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고객 조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전에 AI를 활용한 사전 검토가 일상화될 것이다. 즉, 시장 조사의 순서가 “사람에게 먼저 묻고 분석한다”에서 “AI로 먼저 걸러내고 사람에게 검증한다”로 바뀔 것이다.
HBR에 의하면, 합성 고객이 전통적 인간 연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제품 아이디어를 빠르게 탐색하고 수많은 콘셉트를 초기 필터로 검토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업 내부의 과거 설문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고객 시뮬레이터를 만들면 더 정교한 초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초기 트렌드 탐지 이상의 의사결정에서는 여전히 인간 조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미래의 시장 조사는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리서치의 민주화다. 과거에는 전문 조사기관만 수행할 수 있었던 조사 설계와 분석을 이제 일반 실무자도 AI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수행할 수 있다. 둘째, 리서치의 상시화다. 연 1~2회 대규모 조사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마다 짧고 빠르게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다. 셋째, 리서치의 개인화다. 전체 고객 평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세그먼트별, 페르소나별, 심지어 개별 고객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반응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에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잘 만든다. 바로 이 점이 장점이자 위험이다. AI가 생성한 가상 고객 응답은 실제 고객의 목소리가 아니다.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따라서 AI 리서치 결과를 그대로 시장의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신제품 출시, 가격 결정, 브랜드 포지셔닝처럼 큰 비용이 들어가는 의사결정에서는 반드시 실제 고객 데이터와 교차 검증해야 한다.
AI 마켓 리서치의 핵심 원칙은 “대체가 아니라 결합”이다. AI는 빠르게 가설을 만들고, 초안을 구성하고, 약한 아이디어를 걸러내고, 응답을 요약하는 데 강하다. 사람은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의 품질을 판단하고,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최종 의사결정의 책임을 진다.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AI는 위험한 자동화 도구가 되지만, 결합해서 활용하면 매우 강력한 시장 이해 도구가 된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마켓 리서치 역량은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이 없으면 좋은 데이터도 없다. 좋은 데이터가 없으면 좋은 분석도 없다. 좋은 분석이 없으면 좋은 전략도 없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대신 만들어줄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이 중요한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이선 몰릭 교수가 제안했듯이 생성형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능력과 AI의 능력을 융합하여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공동 지능(Co-Intelligence)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고 생성형 AI로 마켓 리서치를 더 쉽게 만들지만, 결코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마켓 리서치는 여전히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신중한 과정이다. 달라진 것은 도구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고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 참고자료
  • 구자룡(2024). 『AI 데이터 분석』. 커뮤니케이션북스.
  • 구자룡(2024). 『데이터 마인드 기르는 습관』. 좋은습관연구소.
  • 구자룡(2025). “AI를 활용하여 서베이 및 고객 데이터 분석하기”. 통계의창.
  • 구자룡(2025). 『챗GPT로 시작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마들렌북.
  • 나우앤서베이. 'AI 자기진단 설문 서비스' 소개서. https://www.nownsurvey.com/
  • 오픈서베이(2024). “고객 조사에 활용하는 생성형 AI 기반 MI 접근법”. https://blog.opensurvey.co.kr/ research-tips/genai-mi-3/
  • 이명식·구자룡·양석준(2017). 『마케팅 리서치(개정판)』. 형설출판사.
  • 이선 몰릭(2025). 듀얼 브레인. 신동숙 옮김. 상상스퀘어. Ethan Mollick(2024).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 Portfolio.
  • James Brand, Ayelet Israeli and Donald Ngwe(2025). “Larger, Faster, Cheaper: The Future of Market Research with AI”.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d3.harvard.edu/larger-faster-cheaper- the-future-of-market-research-with-ai/
  • James Brand, Ayelet Israeli and Donald Ngwe(2025). “Using Gen AI for Early-Stage Market Research”.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5/07/using-gen-ai-for-early-stage-market- research
  • Jeremy Korst, Stefano Puntoni and Olivier Toubia(2025). “How Gen AI Is Transforming Market Research”.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5/05/how-gen-ai-is-transforming- market-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