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용적 센서스를 위한 제언
박효민 ㅣ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인구주택총조사, 즉 센서스가 이번 2025년을 기점으로 10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단위의 인구조사의 역사는 사뭇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센서스라는 용어가 인구 감찰관(Censor)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에서 나타나듯이, 센서스 제도 자체가 공식적으로 확립된 것은 고대 로마시대이다. 한반도에서도 흔히 우스개 소리로 쓰이는 “호구조사”가 시작된 것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근대적 인구 주택총조사도 일제강점기 시기인 1925년에 시작되어 이제 10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애초에 국가에서 영토 내 인구를 자세히 조사하는 것은 정확한 인구 집계를 통해 조세 체계와 병력징집을 효율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 수립 후 국가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였고, 이에 따라 센서스의 목적도 많이 바뀌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러 사회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통해 사회상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정확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고, 그 중에서도 센서스 자료는 유일한 전수조사라는 의미에서 다른 표본조사로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센서스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겪고 있다.
하나는 센서스 자체의 조사방법의 변화로 기존의 방문 면접을 통해 수집하던 자료가 대부분 행정자료로 갈음되고 있다. 이는 점차 대면조사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와 함께,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행정 자료의 수집, 가공이 용이해 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난 2015년부터 일반적 가구특성에 대한 정보는 등록센서스를 이용해 수집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조사비용과 더불어 응답자의 조사 부담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센서스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이다. 사회가 개인화되고 지역 공동체의 결속이 약화하며, 동시에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로 변화해 가면서 센서스의 성격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사회조사에서 이전에는 사회적 관심이 되지 않았던 문항을 수집할 필요가 생기거나, 혹은 기존의 문항에서도 세분화되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센서스가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는 것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을 높이는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도 다양한 사회집단에 대한 통계자료를 생성함으로써 보다 포용적인 센서스의 방향을 모색할 시점이 된 것이다.
센서스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는 인구감소 문제, 그리고 맞물려 이주배경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들어 비교적 단기간 안에 다양한 이주배경 주민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과 원주민의 상생과 통합이 사회적 당면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기초자료 생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와같은 배경 하에 센서스에서도 사회구성원들의 이주배경에 대한 문항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고 세분화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센서스에는 이주관련 문항이 최소한으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한국이 그 동안 경험해 온 인종과 민족의 단일성 담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한국의 센서스는 이주배경에 대해 응답자의 국적과 출생지, 입국년도 정도만을 묻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이주 노동자, 재외한인동포 등에 대한 자료를 생성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이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이주의 역사가 길어지고, 수가 증가하며, 동시에 이주 과정의 다양화가 일어나면서, 이주 2세나 3세 등이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겉보기로 나타나는 인종적 차이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이 다르게 형성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주배경 문항을 확대하여 이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 센서스의 경우 우리와 이주에 대한 배경과 역사,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비교하여 참고할 수는 없으나, 이주배경 문항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호주 센서스의 개인용 설문에서는 응답자 자신의 출생지 뿐만 아니라, 부모의 출생지를 질문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본인 스스로를 어떤 국가 혹은 문화권에서 유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응답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센서스 역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민족적 배경을 매우 다양한 각도로 묻고 있다. 또한 영국, 캐나다 등의 센서스에서는 주로 사용 하는 언어와 사용할 수 있는 언어 등을 질문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언어 사용도 확인하고 있다. 물론 이는 호주나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들이 식민지 체제를 겪은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주문항의 다양성은 다문화 국가로 향하고 있는 한국 역시 이주민 여부나 출신국의 정보를 넘어서 스스로 정체성을 가지는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세분화된 자료 생산도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센서스에서는 주요 종교를 중심으로 질문을 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수 십년간 주로 흔히 말하는 3대 종교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종교가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종교내에서 다양한 성격으로 분파가 갈라지고 있으며, 특히 대한민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던 종교인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센서스에서는 기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98,185명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많은 연구에서 기타 종교의 범주에 증가세가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의 경우 한국인 신자가 이미 6만명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장, 단기 체류 외국인을 포함하면 이슬람 신자는 수십 만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추정할 수 있는 국가 통계가 없기 때문에, 여러 다른 수치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센서스는 10년 주기로 종교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때 기타 항목을 보다 세분화 하여 정확한 종교 분포를 파악한다면 한국사회의 종교적 분포에 대해 보다 정확한 자료를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에는 큰 의미가 없는 숫자일지라도, 앞으로 변화 추세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자료를 수집, 보관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방향에서 보다 세분화된 자료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은 혼인 및 출산 관련 문항이다.
다른 표본조사에서도 가족구성이나 출산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으나, 20% 표본조사인 센서스가 혼인, 출산 패턴을 면밀하게 파악하여야 전 국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현재 한국 센서스에서는 출산 여부를 질문하고 있으나, 미혼으로 응답한 응답자에게는 출산 여부를 묻지 않게 스킵패턴(skip-pattern)을 적용해 통해 출산 문항을 넘어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전통적 가족구조를 염두한 질문 구성이지만, 한국사회의 전통적 가구구성이나 출산 형태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혼인 여부와 출산여부는 두 문항을 연관 짓지 않고, 독립적으로 구분해서 질문 할 수 있다.
비혼출산은 앞으로 한국사회의 인구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비혼출산에 대한 공적 지원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사회적 시선 역시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혼외출산율이 2.9%인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제공되고 사회적인식 역시 부정적이지 않은 유럽연합의 몇몇 국가들은 비혼출산의 비율이 많게는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는 한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비혼출산의 파악은 저출산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혼인관계에 대한 파악도 보다 다각도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2020년에 시행된 한국의 센서스는 법적 혼인관계에 있으나 사실상 별거로 인해 혼인관계가 해소된 상태 (직장 등으로 인해 따로 사는 것은 제외)나, 반대로 실제 법적 혼인관계는 아니지만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2015년 센서스 문항에서는 혼인상태를 ① 미혼, ② 배우자 있음, ③ 동거, ④ 사별, ⑤ 이혼, ⑥ 별거 등 6개의 범주로 응답하도록 하였으나, 2020 센서스에서는 혼인상태에 대한 응답지가 ① 미혼, ② 배우자 있음, ③ 사별, ④ 이혼 등 4개의 범주로 축소되어 세분화된 자료를 얻기 어렵게 되었다.
반면, 많은 국가들에서 혼인상태는 매우 자세하게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에는 9개의 범주로 물어보고 있으며 특히 그 중에는 이성 관계와 동성 관계 모두에게 허용되는 생활동반자관계(civil partnership) 여부나 배우자의 동성 혹은 이성 여부도 자세하게 물어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생활동반자 관계에 대해 법적으로 지위가 부여되고 있지 않으며,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어 이와 같은 설문을 센서스에 포함시키는건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혼인상태에 관련된 문항에 대한 다양화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센서스는 혼인과 성 정체성에 대해 자세한 문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의 경우 출생시 등록된 성(sex)과 현재 사회적으로 나타내는 성(gender)을 별도의 문항으로 따로 질문하고 있다. 영국 센서스의 경우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의 선택지를 통해 성적 지향을 질문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젠더가 일치하는지 여부를 질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응답과정에서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 혹은 조사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이와 같은 성적 지향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 민감한 질문들은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경우 응답을 이끌어 내지 않고 응답자의 자율에 맡기는 ‘자발적 응답 질문(voluntary question)’ 으로 구분하여 응답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업의 여러 형태에 대해 질문 할 수 있는 방안들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직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 노동과는 다른 방식의 노동형태 혹은 노동계약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 노동의 증가는 한국사회의 큰 변화로 나타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플랫폼종사자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88.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그 전해에 비해 11.1%가 증가한 것이고, 3년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동구조의 변화는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 비정규적 고용 등의 실태에 대해 센서스를 통해 파악한다면, 노동시장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센서스와 같은 정기적 조사는 동일한 문항을 통해 시계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센서스의 문항을 추가하거나, 응답지를 변경 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센서스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 차원에서 센서스의 틀 변화도 필요하다. 특히 사회통합과 지속가능성의 확보를 위한 센서스 문항의 확대 및 세분화가 앞으로 센서스의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루어 지길 희망한다.